청춘예찬(타는 목마름)
물은 인간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물에 대해 고마움과 고귀함을 절실히 느낀게 광주 31사단 신병교육대생활 8주인거 같다.
입대하기 몇 달전부터 전국적으로 가뭄이 들어 날씨가 절기보다 일찍 더워졌고 이 가뭄에 어떻게 훈련을 받아내나 하고 입대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훈련소에 몇 개 붙어있는 수도꼭지는 아예 말라버렸고 신교대내에 있는 다섯 개의 우물 ( 우물 주변엔 식수금지라고 붉은글씨로 쓰여진 경고팻말이 있다 )이 있었는데 고이기가 무섭게 퍼내버려 바로 바닥이 보인다.
막 퍼낸물은 흙탕물이나 다름 없었고 식수로 쓸 물은 신교대를 나가 사단 연병장 옆 연못에 있는 자동펌프로 퍼올리는 우물에서 떠왔다.
신교대 우물물은 그저 세면이나 제대로 하면 족하였던 것이다.
취사장에도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나 물이 없어 식사당번이 밥타러 갈 때 식깡바케스로 10바케스를 떠다가 물탱크에 부어 줘야만 밥을 주는 형편이었다.
퍼다주는 물은 다름아닌 더러운 우물물인데 그 물로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한 것을 먹고 살았던 것이다.
한참 PRI교장에서 교육을 받을 때 물이 없고 목은 말라 근처 고랑에 고인 물을 수통으로 떠다가 마신 기억도 있고, 제식훈련교장 옆으로 흐르는 하수도물도 깨끗하게 보여 마시고만 싶었던적도 있었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사람이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으며 식욕 또한 없어진다.
그래서 학과출장 나갈때는 물통을 짊어진 물당번이 꼭 소금통을 같이 가져간다.
휴식시간에 물마실 때 소금을 털어넣고 같이 마신뒤 훈련받으면 땀도 덜나고 물도 덜 먹히고 지치는것도 덜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워낙 땀을 많이 흘리다보면 털어 넣었던 소금이 땀으로 쏟아져 온통 옷으로 배어나와 훈련일과 끝내고 옷을 벗어보면 등짝이고 어디고간에 온통 소금가루로 하얗다.
그래서 두달동안 불볕아래서 훈련받으며 구워낸 소금이 거짓말 좀 보태서 두가마니는 될듯하다.
타는 목마름을 견디며 31사단 신교대 609기로 이등병 계급장을 달려고 고생하던 청춘의 시절이 어언 30년 이상 흘러가 버린 옛 추억이 아닌가 싶다.
* 훈련기간 : 1978. 5. 19 ~ 7. 13(보병 기본훈련 4주 + 후반기 교육 4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