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훈련소에서의 야간 교육에 야간경계와 야간침투가 있는데 낮엔 기온이 높고 무더워 훈련 받기가 힘드나 밤엔 좀 시원하고 캄캄하기 때문에 요령도 피울수 있어 참좋다.
교장에 올라가 보면 광주시내의 환한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새카맣게 숯검댕으로 위장한 모습을 해가지고 광주에 자기집이 있는 훈련병들은 어디쯤 집이 있는지 헤아리기도 하고 다른데서 온 촌놈들은 잠시 고향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야간 경계교장에서의 일인데 상설, 영형이랑 같이 참호에서 근무를 하고 찬우(고흥촌놈-숟가락탈취병)가 대항군으로 해서 수하연습을 했는데 몇번 하다보니 조교도 안보이고해서 찬우보고 조교가 오면 신호하라고 하고는 호에 셋이서 쭈구리고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이얘기 저얘기 나누고 둘은 담배를 피웠다.
그때 들어보니 상설은 광주 전투교육사령부(상무대)에 형이 영관장교로 있어서 배출될때 좋은데로 빼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고,
그전에 또 몇번 형이 교육대장실로 찾아와 면회가 불가능한 훈련병인 지를 면회하고 용돈도 좀 주고 가고 했다는 것이다.
우린 보병 소총수 병과인지라 직바로 최전방으로 갈 운명들인데 아무런 도움도 받을수 없는 처지의 나로서는 무척 부러웠다.
그래서 상설이가 즈그 형 덕분으로 2군사령부로 떨어졌지 않나싶다.
한참 재미있게 놀다보니 어디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는데 대항군 역의 찬우가 오는 줄 알고 그냥 내버려 두었으나 뜻밖에도 새로 전입온 신영하 조교가 불쑥 우리앞에나타난 것이다.
이거 큰일났다싶어 다들 담배를 얼른 껏으나 일은 이미 터져버린것....
교육시간중에 딴짓을 했으니 그만한 댓가를 받아야 하는것은 당연한것아니겠는가.
셋이서 언덕에 꿇어 앉아 가지고 신조교의 발길질을 여러번 받아가지고 언덕아래로 두세바퀴 굴렀다. 풀밭이라서 상처를 입지 않아서 다행이었는데 셋이서 벌을 받고 나서도 우스워 한참 배꼽을 쥐었다.
나중에 찬우를 찾아 뭐했길래 우리를 이꼴로 만들었냐고 따졌더니 그냥 아무도 안오길래 조금 눈감았더니 그냥 잠이 들었단다.
보통때도 잠이 많아 교육시간에 자주 졸다가 걸려 많이 얻어 터지는 찬우보고 망을 보라고 한 우리들이 잘못한거지......
전에 상설이가 외박나갔다가 광주에서 신조교를 만났는데 반갑게 대해 주더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지내고보면 다 그저 그런것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예찬(타는 목마름) (0) | 2012.01.03 |
---|---|
청춘예찬(보급품 채우기) (0) | 2011.12.19 |
청춘예찬(알철모에 팬티바람) (0) | 2011.12.19 |
청춘예찬(숟가락사건) (0) | 2011.12.18 |
으뜸세무법인 세무사 염흥렬 (0) | 2011.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