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춘예찬(알철모에 팬티바람)

흥렬 2011. 12. 19. 18:18

 

 

 

 

전반기 교육이 끝나갈 무렵 일요일을 택해 신교대의 각 중대별 체육대회를 열었다.

당시 타 중대는 4주(일반 전반기 보병 병과 과정) 내지 6주(학력 중졸자 이하 병력,   보병 병과 전반기 과정)의 교육을 받고 배출되어서 신교대에서 우리 중대가 제일 고참 선임중대였다.

 

축구는 실력이 뒤져 포기했고 배구는 결승에 올라가 후배 5중대와 붙었는데

막강한 실력자들로 구성된 5중대를 우리 7중대가 누르지 못하고 준우승을 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날부터 지면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중대장(전학수 중위-전주출신)이 얼렀었는데 져버려 이제 큰일이 난 것이다. 그것도 졸병들한테 졌으니...

 

군대에서는 2등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전쟁에서 2등은 없는고로.....

선수는 물론이거니와 지켜본 중대원의 단결심과 응원이 형편없어서 진 것으로 패인분석.

 

우선 일단 그날은 불안한 가운데 지나고 다음날, 중대 기간병 전부와 훈병들은 중대 점호장에 집합하여 중대장의 일장훈시를 들었다. 뒤이어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조교들이 일렬로 도열하고,

 

훈련병들은 석탄재가 바닥에 깔려있어 새카만 취사장 뒷마당에서 선착순, 올챙이포복, 낮은포복으로 한나절동안 기었더니,

날이 더워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바닥은 까만 석탄재라서 입, , 귀 구멍이란 구멍은 온통 새카만 가루로 막히고 땀에 절은 옷에 탄가루가 떡 이되어서 광부를 실감케 하였다.

 

기압을 받으면서도 정말 재미없고 괴로운 군대생활을 한없이 저주하였다.

정신없이 돌고난 후 알철모(철모속의 화이바를 빼고 그대로 맨머리에 쓰는 것)에 팬티바람으로 집합하라는 명령이 내려 내무반으로 뛰어가 철모쓰고 팬티바람으로 집합해보니 꼴이 가관이다.

 

밖으로 노출된 안면부 그리고 걷어올린 팔뚝이 탄가루 묻지 않은 하얀곳과 비교되어 서로를 쳐다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중대 점호장 뒷편에 있는 오랜 가뭄에 물이 거의 말라있는 저수지로 전 중대원이 올라가서 그래도 좀 남아있는 더러운 물에 들어가 석탄재로 뒤범벅이 된 몸을 씻고 더러워진 훈련복을 빨았다.

 

일단 씻어 놓으니까 말짱했는데 빡빡 긴 탓에 팔꿈치와 무릎이 까져서 멍이 들어 있었다.

어쨌든 괴롭게 기압 받고서도 한바탕 웃어버린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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