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춘예찬(보급품 채우기)

흥렬 2011. 12. 19. 18:22

PRI(사격술예비훈련) 교장에서의 일인데  수통하고 탄띠를 잃어버렸다.

군대에서 수통과 탄띠는 소중한 보급품 중 하나이다.

 

교장에 중대원 전부가 벗어 놓을 때 섞여 가지고 없어진 것이다.

수통피에 볼펜으로 내 중대 주기번호 숫자 68번을 적어 놓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중대를 뒤지기로 마음 먹었다.

 

그 당시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로 얼굴이 눈에 익지 않았고 누가 자기 소대원인지 모르는 판이라 다행이었지 소대 파악이 된 뒤에 들어갔더라면 도둑으로 몰려 몰매를 맞을 판이다.

 

우선 1소대부터 뒤져나갔다. 내무반에 들어가 1소대원인 척하고 관물대를 하나 하나 눈여겨 보았으나 없었다.

 

2소대는 우리 소대인데 우리 소대내엔 없었고 다시 3소대 내무반을 마찬가지로 뒤져나갔으나 누가 뭐하냐고 따지려 드는 놈은 없었다.

 

거기도 없는거 같아 마지막으로 5소대 내무반을 하나 하나 관물대를 뒤졌는데 어느 관물대위에 고이 말아져 있었다. 이거 누구거냐고 임자를 찾아 물어보니 PRI교장에서 자기것도 없어져 바뀐것이라고 해 내놓으라고 했더니 제것을 찾아가지고 오면 교환해 주겠다고 오리발을 내밀어 한 대 먹일려고 했으나 피차 사정이 사정인지라 좋은말 할 때 돌려 주라고 얼르고는 살며시 나왔다.

 

남의 소대에 기어들어 갔다가 오래 있으면 과히 이로울것이 없으니까....

 

저녁식사후 30분간의 자유시간때 아까 봐 두었던 것을 가질러 5소대 내무반으로 들어갔더니 휴식시간 이라서 모여서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하고 다퉜던 놈도 바로 옆에서 놀고 있었으나 감쪽같이 수통과 탄띠를 들고 나올 수 있었다.

 

그때는 소대내의 훈련병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입대 초기인 관계로 그런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지 몇주 지나서 갔더라면 딴소대 놈이 물건 훔쳐간다고 몰매 맞았을 것이다.

 

나중에 보니 내것을 가져갔던 5소대 그녀석도 어디서 저도 훔쳐왔는지 말짱하게 탄띠에 수통을 차고 훈련장으로 나오는걸 봤다.

 

군대물건은 훔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위치이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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